워룸(War Room).
버락 오바마 당선자가 운영을 시작했고, 각국에서도 엇비슷한 형식이 있다. 우리말로는 <전시상황실>, <종합상황실> 등으로 불리면 되지만 특색을 가미하느라 <비상경제대책 워룸>이 되었다. 비상상황실 아래에 총괄거시, 실물 중소기업, 금융 구조조정, 일자리 사회안전망이라는 4개 파트가 나열되었고, 이를 매일 상시 점검 체제로 구축한다는 게 정부 복안이다.
그러고보면, 지난 2일 국정연설의 4대운영방향을 요약했던 조선일보의 축약법이 통했다. <경제, 민생, 개혁, 미래>라는 것이었는데, 그 중 없어 보이는 건 <미래>지만, 이를 진행하면 된다는 이야기니 접어두자. 그런데 고약한 일이 벌어진다. 또 <말>이 초래하는 진정성 문제다.
"지금이 개각을 이야기할 때냐.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내야지 광화문 사거리에서 시속 100km를 달리면 어떻게 하느냐"(이동관 대변인)
"(대통령은)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그만큼 인사개편을 하겠다는 것"(박형준 홍보기획관)
결국 인사개편, 그 중에서도 경제비상체제 하에서 현재의 경제팀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다. 그럼 뭔가? 그냥 간다는 이야긴가?
"전대미문의 비상상황이므로 대응도 이렇게 속도감있게 하기로 했다."(이동관)
핵심은 <속도전>이라는 것이다. 속도라! 워룸 체제의 속성이 '속도' 하나에 달려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워룸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워룸의 기본을 설명 좀 해야겠다.
1. 워룸이란 정보를 기본으로 움직이는 조직이다.
2. 워룸은 '수집과 분석, 그리고 유포'라는 행위로부터 행동으로 옮겨진다.
3. 워룸의 기본은 정보전쟁이고 그 핵심은 바로 <경쟁정보의 취득>으로부터 출발한다.
4. 워룸은 속도전이 아니라 정확성, 그리고 나서 신속성을 따진다.
5. 워룸은 비상체제(Contingency Plan)를 의미하나 이는 반드시 구체적인 방법(실행각론)을 짜내고 그에 하부가 공감대 있게 움직이게 만드는 데 그 핵심 중의 핵심이 달려 있는 것이다.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책 한 권을 추천한다. 기업정보전쟁을 말한 것이지만, 워낙 대한민국이 기업형이라 생각하는 의식구조다 보니 이 책이 적절하겠다.
<기업정보전쟁가이드; 워룸가이드>, 스티븐 M. 셰이커가 쓴 것이다. (아마 맞을 거다. 재확인은 안해도...)
이 사람이 내놓는 논조는 매우 간단하다. <경쟁정보[CI]>라는 것이 골자다. 즉, 정보를 선별 가공해서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의사결정의 토대가 되는 경쟁정보로 바꾸는 구체적인 방법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복잡하지만 아주 단순하다. <정보->선별가공->경쟁우위의 전략의사결정 기초마련->경쟁정보화 작업>으로 이어지는 플로우다. 여기서 그치는 건 아니다. 정보라는 것이 수집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당연히 분석된다. 그리고 유포되는 것이다. 그 속에서 기업의 의사결정이 나온다. 국가도 예외는 아니다. 그러므로 이것이 바로 <전략적 정보센터>라는 개념이 된다.
오늘 한국의 워룸은 작년부터 설치되어야 마땅한 것이었다. 적어도 <전략적 정보센터> 개념을 이해한다면 말이다. 작년에는? 솔직히 전혀 없었다. 누가 이 역할을 담당했는가?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 강만수 장관? 우스운 이야기다.
이제와서 속도전, 속도감을 말하지만 기본이 잘못되었다. 워룸 체제의 가장 근본적인 실무적 운용 체계의 첫 머리에는 무조건 <정보>가 붙는다. 그것이 <경쟁정보>로 변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현장에서 바로 증명이 된다. 이미 증명된 바 있다. 그런데도 그러한 잘못된 정보분석법이나 아예 취합법 자체가 잘못된 사고를 가진 사람들끼리 다시 모여서 쑥덕대는 것이 <워룸>인가? 아니다!
나는 워룸, 워룸 하길래...적어도 버락 오바마처럼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난장판을 치긴 했지만 그래도 월가의 브레인들까지 들어가는 방식의 현실감이 있는 대목을 기대했었지만, 오늘 나온 발표만으로 본다면 이건 완전히 그냥 <폼만 잡는 식>에 불과하다. 이래서 경제를 살린다고 운운하면, 이건 코미디다. 왜냐? 워룸이라는 기본을 이해하지 않았는데 어찌 운영의 실무적인 세부적 지침을 꺼낼 수가 있는가? 아니, 경쟁정보라는 기본 개념을 가지지 않았는데, 무슨 정보를 수집 분석하길 기대하는가? 아니 더 나아가...그렇게 배포된 정보의 신뢰도는 있는 것인가?
좀 제대로 된 개념을 가지고 <이미테이션>을 하는 것이 옳다. '한국형 워룸'이란 게 따로 있나? 그냥 비상상황실, 종합상황실이고, 전략정보센터이고 또한 그 역할을 하는 곳이어야 하는 것일 뿐이다. 한국형이란 게 따로 없다. 이건 그냥 인류가 살아오면서 가져왔던 경험에서 축적된 하나의 상징적인 것이고 또한 실무적인 과정에 불과하다. 거기에 뭔 속도감 있느니 운운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정보라는 세계>를 그냥 무시하는 거다. 정보가 속도만 있다고 모두 수집이 되는 것인가? 다 겪어본 사람들의 입에서 거짓과 과장이 나오니 갑갑하고 답답하다.
오늘 한국에 정말 필요한 <경쟁정보>가 무엇인가? 이 질문은 꼭 하고 싶다. 답도 듣고 싶다. 빨리! 여기에는 속도감이 좀 필요하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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