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몇일 사이에 삼성의 위기론이 나오며 이건희 회장의 복귀가 논의되고 있는데 단순히 이건희 복귀를 위한 수순이라던가 매번 나오는 위기론을 빙자한 정신 무장 수준이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실제 삼성의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1. 그동안 반도체, 핸드폰, LCD처럼 눈에 보이는 차세대 하드웨어 사업들이 있었는데 현재는 그런 차세대가 안보인다는 점과
2. 그런 차세대로 생각되는 스마트폰 시장에 진입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점
3. 세계 시장이 단순 하드웨어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 서비스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
등이 있다.
반도체, 핸드폰, LCD처럼 10년 정도를 내다보고 삶에 크게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하는데 그 동안은 이런 부분을 과감히 결정하고 막대한 투자를 한 것들이 결과로 나타나며 삼성에 큰 수익을 올려주고 있는데 최근 몇년 사이에 삼성이 이처럼 큰 규모의 투자를 신규 분야에 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물런 기존 사업을 더 확장하기 위한 큰 투자들은 있었지만.
향후 10년 동안 가장 크게 우리 생활을 변화시킬 만한 것이 뭐가 있을지 생각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부분은 전기 자동차와 스마트폰(?) 분야가 있고 거기에 추가해서 대체 에너지 정도인 것 같다.
아직 전기자동차 관련해서 우리나라에서는 먼 미래라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10년 내에 자동차 산업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거라는 것에 대해서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전기 자동차와 관련해서는 밧데리 분야와 전기 자동차를 제어하게 되는 시스탬 일체가 중요한 부분으로 떠오를 것 같고 삼성 계열중에 밧데리에 집중하고 있는 곳이 있긴하지만 그냥 말 그대로 계열사 차원의 사업 아이템일 뿐이다.
스마트폰 분야는 iPhone이 등장한 이후로 별써 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미국의 경우 일반인들의 생활이 바뀌기 시작한지도 1년 정도는 된 것 같다. 앞으로 왠만한 노트북을 대체할걸로 예상되는 스마트폰의 경우 하드웨어 적으로 크게 변할 만한 부분은 현재의 작은 스크린을 해결할 다른 형태의 스크린(접거나 말아지는 스크린, 또는 프로젝터 형태의 스크린, 10년 내에 가능할 것 같지 않은 3차원 홀로그램 스크린등) 정도 일 것 같고 나머지는 사람들이 정보에 접근하는 습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의 혁명이 주된 내용이 될 것 같다.
대체 에너지 분야는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풍력 발전이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태양력 발전등이 있고 가정 단위의 에너지를 자급할 수 있게하는 분야나 전기 자동차 등장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전기 분배 시스템등이 있겠지만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분야도 아니고 삼성의 핵심 역량과 다른 부분이라서 논외로 둔다.
최근에 나온 삼성의 위기론은 위에 언급된 것 중에 스마트폰 분야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에서 보면 삼성은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고 있는 상황이다. 오래전에 노키아가 삼성에게 시장을 빼앗길때 일어났던 상황이 곧 애플과 HTC가 이끄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실 이번에 올초부터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서 갑자기 강조하기 시작한 것도 어떻게 보면 우스운 이야기다. iPhone이 2007년 1월에 발표가 되었던 걸 생각하면 삼성이 왜 3년이 지난 지금애 와서야 갑자기 그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는지 여기에 삼성의 구조적 문제점이 다 들어있다.
갑자기 스마트폰의 중요성을 알게된 이유는 아주 쉽다. 올해부터 우리나라에서 iPhone이 팔리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시장의 반응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그럼 3년동안 미국에서 iPhone이 팔리는 걸 보고 도대체 뭘했을까? 삼성 내부에는 세계 각국의 전자재품 신제품이 발표되면 당연히 뜯어보고 삼성에서 어떻게 그런걸 활용할지 연구하는 조직이 당연히 있다. 그렇다면 3년 전부터 그런 부서에서 누군가는 스마트폰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을텐데 무려 3년간 아무도 안쳐다본 이유는 뭘까?
여기에는 삼성의 제조업 습관에 젖어 있는 임원들과, 현대에서 새롭게 요구되는 관리자의 롤을 받아들이지 못한 각 레벨의 관리자들에게 문제가 있다.
이야기가 좀 새는 것 같긴하지만 새롭게 요구되는 관리자의 역활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를 해보자. 과거에 관리자라고 하면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를 위해 바른 결정을 내리고 아랫 사람을 다독여서 최대의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윗 사람은 아랫 사람에게 의사 결정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해서 정리하게 하고 자신은 모인 정보에 기반해서 판단을 하면 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10년 사이에 인터넷이 이런 모든 관습을 변화시켰다. 이제는 앉은 자리에서 인터넷을 통해서 얻는 정보의 양이 무제한에 가깝기 때문에 과거에 관리직들이 가졌던 정보의 양에 따른 유리함이 없어졌다. 오히려 젊은 실무층이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고 그러다보니 많은 관리자들이 아랫 사람을 닥달하고 윗선에 잘 보이는 역활 외에는 뭘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현재의 관리자는 스스로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이 뛰어나야하고 실무에서 완전히 손을 놓지 않고 컨설턴트와 같은 역활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경험이 부족해서 자신이 알고 있는 많은 정보 중에 정말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는 팀원들을 위해서 많은 커뮤니캐이션과 정보를 다른 방향에서 해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능력이 필수로 요구된다.
다시 돌아와서 삼성이 초반에 아래에서 올라오는 많은 신호들 중에서 정말 뭐가 중요한지 판단해서 위로 전달할 수 있는 조직이거나 임원들이 필요하면 말단 직원들과 대화를 해가면서라도 트랜드의 변화에 대한 정보를 흡수하고 판단할 수 있었으면 좀 더 대응이 빨라졌을지도 모르겠다. 결론적으로 임원 중 누군가가 iPhone이 처음에 나왔을떼 열심히 사용만 해봤더라면 이런 문제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제 관련된 임원 중에 iPhone 아니면 하다못해 iPod Touch를 매일 같이 들고 다니면서 써 본 사람이 있었을까?
지금이라도 삼성이 스마트폰에 올인한다고 해도 현재의 삼성으로는 힘들다고 생각하는 점은 삼성은 제조업을 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제조업은 기본적으로 제조 공정을 잘 관리하고 납품 업체를 잘 관리해서 원가를 줄여 최대한 경쟁력을 높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근본적인 습관들이 있기 마련인데 미래가 요구하는 기업상은 그것과 다른 습관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제조업은 모든 근로자가 하나의 고정된 역활을 맡고 그 각각의 역활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하느냐가 성장의 관건이라고 보고 따라서 특정 한명의 아이디어가 회사 전채의 방향을 바꾸거나 운명을 바꿀만한 일은 거의 일어날 수 없다. 따라서 아래에서 위로의 커뮤니케이션의 중요도는 떨어지고 윗선의 의견이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아래로 전달되어서 실행이 가능한지가 핵심이다.
반대로 서비스는 어느 한 개인의 생각이 임원이나 사장의 생각보다 덜 중요하지 않은 경우가 없고 이런 개개인의 의견이 어떤 경우에는 한 회사의 새로운 부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따라서 쉽게 아랫 사람이 윗사람에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문화와 같은 레벨에서 토론할 수 있는 문화가 필수적이다.
삼성은 우선 내부적으로 전혀 이런 분위기가 아닌데다 더 큰 문제를 하나 안고 있는데 이것은 협력을 해석하는 시선이다. 삼성을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 대기업들은 하청 업체를 자신들이 성공하기 위한 도구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물런 삼성에서는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고 하청 업체가 아니라 협력 업체라고 말까지 만들어가면서 노력(?)을 하지만 나이도 얼마 안 먹은 삼성의 대리나 과장이 머리가 희끗한 협력 업체 사장들에게 막 대하는 걸 본다면 그런 소리는 못할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이 스마트폰과 무슨 상관일까?
스마트폰만이 아닌 많은 제조/유통./서비스가 결합된 형태의 사업에서는 생태계(에코시스템)를 아주 중요하게 셍각한다. 쉽게 말하면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처럼 서로 서로 뭔가를 주고 받으며 공생하게 되는 구조를 말하는데 우리나라 대기업에는 생티계라는게 없다. 협력 업체는 직원들 월급 주고 안 망하면 고맙게 생각해야 하고 대기업은 그런 이익을 빨아들여 최대한의 이익을 남긴다. 그런데 이런 형태의 협업(?)은 제조 + 유통 + 서비스 같은 형태에서는 동작하지 않는게 문제다.
애플의 경우 iPhone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자신의 사이트(시장)에 올려놓고 팔리면 자신이 30%를 먹고 70%는 개발자(사)에게 준다. 자신의 시장을 이용해서 홍보한 비용과 결재등을 대행한 비용을 받는 거라고 보면 된다. 물런 독점 시장이라 30%가 많게 생각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 대기업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이런걸 했었으면 아마 비율이 반대로 되었을거라고 장담한다. (지금이야 흉내를 내니 비슷하게 가려고 하는 중이지만)
생태계에 참여하는 다른 많은 사람들이나 회사들이 경쟁에서 이길 경우 충분한 이익이 보장되어야 그 생태계에 더 많이 참여하고 그걸 통해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어서 더 많은 소비자가 들어오는 선 순환에 들어갈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은 근본적으로 다른 시야에서 바라보는 습관에 굳어진 삼성의 입장에서는 깨기 쉽지 않은 생각으로 보인다. 애플이건 구글이건 생태계를 만들어서 이익을 나름 많이 돌려주는 이유는 그렇게 하는게 길게 봐서 전체 파이가 커져서 자신들이 가져가는 수익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지 그 회사들이 착해서 그런건 아니다. 삼성도 이런 면에서는 좀 더 똑똑해(?)질 필요가 있다.
애플은 전 세계에 하나 밖에 없는 특이한 형태의 회사인데 그 이유는 하드웨어 + 소프트웨어 + 유통 (음악/영화)을 하는 회사이고 모든 부분이 탁월한 성과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전 세계에서 하나도 없는 회사는 위 3가지에 서비스를 추가한 회사다. 애플의 iTune같은 걸 서비스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음악/영화 유통 채널이고 구글이나 yahoo 또는 salesforce.com 과 같은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는 없다.
삼성은 하드웨어 분야에서 그동안 많은 장점을 쌓아왔지만 소프트웨어를 비롯해서 서비스, 유통(디지털 정보)에는 전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데 앞으로 5년간 이런 부분을 보완할 만큼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회사라면 10년 20년이 지나도 지금처럼 1등 자리를 차지하고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현재 1등을 한 관성으로 앞으로 5년 정도는 어느 정도 하겠지만 10년 뒤는 장담할 수 없다.
다른 분야에 대해서도 할 말은 더 많지만 이미 글이 너무 길어져서 읽기도 힘들것 같아 여기서 그냥 줄이고 삼성이 "지금처럼을 더 열심히/더 빨리"가 아닌 완전한 변화를 이뤄서 살아남을지 아니면 다시 쪼그라 들지는 10년 뒤에 가서 결과를 보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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