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의 비명
— 고요동 연작 (孤凝洞 連作) —
제1장 — 첫 번째 시체
비가 내리기 시작한 건 오후 열한 시였다.
고요동 29번지, 낡은 3층 주택의 유리창이 굵은 빗줄기에 두드려졌다. 형사 박수현은 문을 밀고 들어서며 코를 찡그렸다. 악취였다. 달콤하고 부패한, 한 번 맡으면 두 번 다시 잊을 수 없는 냄새.
"얼마나 됐어요?" 그녀가 국과수 요원에게 물었다.
요원이 방호복 안에서 눈썹을 찌푸렸다. "사흘. 어쩌면 나흘."
박수현은 천천히 방 안을 걸었다. 발바닥 아래서 뭔가가 끈적이게 달라붙었다.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피해자는 여자였다. 마흔 중반, 이름 강서연. 침대 옆 협탁 위에 그녀의 지갑이 그대로 놓여 있었고, 신분증은 깔끔하게 지갑 앞 칸에 꽂혀 있었다. 돈도 있었다. 카드도 있었다. 강도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시체는 침대 옆 바닥에 주저앉은 자세였다. 무릎을 꿇고 양손을 바닥에 짚은 채로, 마치 기도하다가 쓰러진 것처럼. 목에는 가느다란 자국이 선명하게 패여 있었다. 손가락이 아니었다. 너무 균일하고 너무 깊었다.
"줄이에요?" 수현이 중얼거렸다.
"아직 모릅니다. 가는 끈 계열일 가능성이 높아요."
수현은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빗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창틀 아래쪽에 흙이 묻어 있었다. 밖에서 들어온 것인지, 안에서 나간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창문은 잠겨 있었지만 — 흥미롭게도 — 잠금 장치가 약간 비틀어져 있었다. 누군가 급하게 잠근 것처럼.
그녀는 사진을 찍었다.
현관문 옆 신발장 위에 낯선 물건이 하나 있었다. 작은 도자기 인형. 여자아이 모양의,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인형. 강서연의 집에서 그것과 어울리는 물건은 아무것도 없었다. 수현이 그것을 집으려 하자 요원이 멈춰세웠다.
"아직 지문 안 떴어요."
"알아요." 수현은 몸을 낮춰 인형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눈이 없었다. 눈 있어야 할 자리가 매끄럽게 칠해져 있었다.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것처럼.
이웃집 할머니 이정숙 씨는 사흘 전 밤에 뭔가를 들었다고 했다. 수현이 좁은 거실에 앉아 메모지를 꺼냈다.
"어떤 소리였나요?"
"발소리요." 할머니가 차를 내오며 말했다. "무거운 발소리. 천장에서요. 원래 강 씨가 사는 층인데 — 걔는 발소리가 가벼웠어요. 그날은 달랐어요. 느렸어요."
"느렸어요?"
"일부러 천천히 걷는 것 같았어요." 할머니의 눈이 흔들렸다. "그게 더 무서웠어요. 빨리 쿵쿵 뛰는 게 아니라, 한 발 한 발. 아주 천천히. 멈추고, 또 걷고, 멈추고."
수현은 받아 적으면서 등 뒤가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마지막 발소리가 어디서 멈췄나요?"
할머니는 잠시 생각하더니 천장을 가리켰다. "저기요. 제 바로 머리 위."
할머니의 머리 위는 강서연의 침대가 있는 자리였다.
제2장 — 두 번째 시체
열흘이 지났다.
박수현은 강서연 사건을 책상 왼쪽에 밀어두고 다른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단서가 없었다. CCTV는 건물 입구에만 있었는데, 해당 시간대 영상이 삭제되어 있었다. 원격 접근 흔적이 있었다. 누군가가 카메라 시스템에 침투해 파일을 지운 것이었다.
전문가였다.
전화가 울린 건 새벽 두 시였다.
"수현 씨, 나야." 선배 형사 정민호의 목소리였다. 느리고 침착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 뭔가 묻혀 있었다. 수현은 전화를 받는 순간 몸이 굳었다. "또 나왔어."
"어디요?"
"고요동."
이번 피해자는 남자였다. 박재민, 51세. 강서연이 살던 건물에서 두 블록 떨어진 빌라 2층. 직업은 회계사였고, 혼자 살았다.
시체는 서재 의자에 앉아 있었다. 등받이에 등을 붙이고, 두 손을 무릎 위에 얹은 채. 눈은 감겨 있었다. 처음 발견한 관리인이 잠든 줄 알았다고 했다.
수현은 방 안으로 들어서면서 즉시 이상함을 감지했다. 너무 조용했다. 빗소리도, 도시의 소음도, 전부 차단된 것처럼. 서재 창문이 두껍게 닫혀 있었고 커튼도 쳐져 있었다.
목에 동일한 자국.
그리고 책상 위에 — 도자기 인형.
수현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강서연의 집에서 본 것과 똑같았다. 여자아이 모양, 두 손을 모으고, 눈을 감은. 단지 이번 것은 조금 달랐다. 인형의 양손 사이에 쪽지가 끼워져 있었다. 수현이 몸을 기울여 읽었다.
"두 번."
그뿐이었다. 두 글자.
정민호가 뒤에서 말했다. "강서연 때도 인형 있었어?"
"네."
"그때 쪽지는요?"
"없었어요." 수현이 천천히 몸을 폈다. "없었는데."
두 사건의 공통점을 찾는 데 이틀이 걸렸다.
강서연과 박재민은 아무 연관이 없어 보였다. 다른 직업, 다른 연령대, 다른 생활반경. 하지만 수현이 두 사람의 통화 기록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작은 실이 걸렸다.
두 사람 모두, 사망하기 3개월 전에 같은 번호로 전화를 건 적이 있었다.
세 번씩.
번호를 역추적했다. 고요동 18번지에 등록된 유선전화였다. 하지만 그 주소는 빈 건물이었다. 15년째 공실. 주인은 사망. 상속인은 연락 불가.
수현은 그 건물 앞에 서 있었다. 밤이었다. 3층짜리 낡은 건물, 창문마다 합판이 박혀 있고, 입구 앞에 쓰레기봉투가 쌓여 있었다. 불은 꺼져 있었다.
꺼져 있어야 했다.
그런데 3층 창문 하나, 합판 틈새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아주 가늘게.
수현이 핸드폰을 꺼내 정민호에게 전화하려는 순간, 그 빛이 꺼졌다.
제3장 — 내부
수현은 다음 날 영장을 받아 건물에 들어갔다. 정민호와 함께, 국과수 요원 한 명과.
합판을 뜯어낸 1층 입구는 컴컴했다. 손전등 빛이 먼지를 헤치며 뻗어나갔다. 바닥에 쥐 발자국이 있었다. 그리고 — 수현이 손을 들어 일행을 멈춰 세웠다 — 사람 발자국도 있었다.
신발 밑창이 선명했다. 240 사이즈 정도. 걷는 방식이 독특했다. 앞꿈치를 먼저 짚고 뒤꿈치를 내리는 방식. 발자국마다 앞부분이 깊고 뒤가 얕았다.
소리 없이 걷는 방식이었다.
수현은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 목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이 사람은 평소에도 저렇게 걷는 것이다. 습관적으로. 발소리를 죽이는 것이 몸에 밴 사람.
계단은 삐걱거렸다. 2층, 아무것도 없었다. 빈 방들. 깨진 창문. 천장에서 비가 새어 얼룩진 흔적.
3층 계단을 올라가면서 수현은 숨을 참았다. 계단 꼭대기에서 문 하나가 닫혀 있었다. 문 아래 틈새로 뭔가 — 빛은 아니었다. 냄새였다. 희미하게 담배 냄새. 최근에.
정민호가 수현 옆에 붙었다. 둘 다 권총을 꺼냈다.
문을 열었다.
비어 있었다.
하지만 방 안을 보는 순간, 수현은 숨이 막혔다.
벽 전체가 사진으로 덮여 있었다.
강서연. 박재민. 그리고 — 더 있었다. 얼굴들. 이름 모를 얼굴들이 인쇄된 사진들이 질서 정연하게 핀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각각의 사진 아래 날짜가 적혀 있었다. 어떤 것은 수개월 전, 어떤 것은 수년 전. 그리고 어떤 것들은 — 미래 날짜였다.
수현이 앞으로 걸었다. 사진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강서연의 사진. 박재민의 사진. 그 옆으로 모르는 얼굴 셋.
그리고.
맨 끝 오른쪽 모서리에.
박수현 자신의 사진이 있었다.
날짜는 3주 뒤였다.
수현은 뒤를 돌았다.
방 안 어딘가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삐걱, 하는 소리. 마루 아래에서. 건물이 오래되어 수축한 거라고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그 소리는 일정한 간격으로 반복되었다.
한 번. 멈춤. 한 번. 멈춤. 한 번.
숨 쉬는 것 같은 간격이었다.
제4장 — 이름
감식팀이 방 안에서 건진 것들은 놀라웠다.
먼저 머리카락 하나. DNA가 나왔다. 남성, 40대 초반으로 추정. 미등록자. 전과도 없고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사람.
그리고 — 수현이 가장 흥미롭게 여긴 것 — 사진들 뒤에서 나온 영수증 한 장. 도자기 공방 이름이 적혀 있었다. 고요동에서 한 시간 거리의 소도시에 위치한 공방. 영수증 날짜는 강서연이 죽기 이틀 전이었다.
수현이 직접 차를 몰았다.
공방은 작은 골목 안에 있었다. 통유리 안쪽으로 선반에 도자기들이 줄지어 있었다. 주인은 50대 여성, 잔잔한 목소리에 조각처럼 고른 손.
"이 인형 기억하세요?" 수현이 사진을 내밀었다.
주인이 잠시 들여다봤다. "아, 이거 — 눈 없는 거죠?"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해요. 특주였거든요. 제가 만든 게 아니라 손님이 가져와서 추가 제작해달라고 한 거예요."
"손님이요?"
"남자였어요. 조용한 사람. 말을 별로 안 했고." 주인이 잠시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근데 이상했어요. 눈을 없애달라고 했을 때요. 왜냐고 물었더니 — " 그녀가 살짝 미간을 좁혔다. "보지 않는 증인이 더 오래 기억한다고 했어요."
수현은 메모를 멈췄다.
"얼굴 기억하세요?"
"대충요. 평범한 얼굴이었는데. 눈이 — 조용했어요." 주인이 잠시 침묵했다. "눈이 조용한 사람 있잖아요. 뭘 봐도 놀라지 않는 것 같은 사람."
CCTV가 있었다. 공방 내부 CCTV. 영상이 남아 있었다.
수현은 노트북 화면 앞에 앉아 영상을 되감았다. 화질이 낮았다. 남자가 카운터 앞에 서 있었다. 검은 외투. 키는 180 정도.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어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걷는 방식이 보였다.
그 남자가 돌아서서 공방을 나가는 장면. 앞꿈치를 먼저 짚고, 뒤꿈치를 나중에. 소리 없이. 자연스럽게. 그의 발이 바닥을 읽는 방식이, 고요동 빈 건물에서 수현이 읽은 그 발자국과 일치했다.
수현은 영상을 일시정지했다.
남자가 문을 나서기 직전, 0.5초.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순간이 있었다.
얼굴이 보였다.
수현은 그 얼굴을 알았다.
제5장 — 오차
이름은 임성준이었다.
고요동 복지회관의 자원봉사자로 8년째 일하고 있는 남자. 조용하고 성실하다는 평가. 지역 사람들에게 호감을 받는 사람. 강서연과는 복지회관을 통해 3년 전 한 번 만났을 가능성이 있었다. 박재민과는 — 조금 더 파야 했다.
수현은 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판사가 기각했다. 증거 불충분. 영상 속 인물이 임성준이라는 확인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수현은 파일을 책상 위에 던졌다.
정민호가 들어오다가 멈췄다. "기각?"
"네."
"공방 영상만으로는 힘들지."
"그래도요." 수현이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 사람이에요. 확신해요."
정민호가 파일을 집어 들었다. 페이지를 넘기다가 멈췄다. "수현 씨."
"네."
"임성준의 집주소가 어디예요?"
"고요동 17번지요."
정민호가 파일을 내려놨다. "빈 건물이 18번지였지?"
수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6장 — 야간
오전 두 시.
수현은 고요동 17번지 앞에 서 있었다. 정민호에게 연락해야 했다. 알고 있었다. 혼자 오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발이 움직였다.
건물 1층 불이 켜져 있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정민호에게 문자를 보냈다. 위치만 찍어서. 보내고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계단을 올랐다. 나무 계단이 오래됐지만 수현은 앞꿈치부터 짚었다. 소리가 나지 않게. 1층을 지나 2층. 불빛은 2층에서 새어 나왔다.
문 앞에 섰다.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 작은 소리. 뭔가를 긁는 소리. 규칙적으로. 연필인지, 칼인지.
수현은 손잡이를 잡았다. 권총을 꺼내 들었다. 숨을 세 번 쉬었다.
문을 열었다.
남자가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다. 책상 앞에. 뭔가를 쓰고 있었다. 수현이 들어오는 소리에도 멈추지 않았다.
"박 형사님." 그가 말했다.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낮고 고른. "기다렸어요."
수현의 손이 조여들었다. "손 보이게 해요."
남자가 천천히 돌아앉았다. 두 손을 무릎 위에 얹은 채로. 조용한 눈으로 수현을 바라봤다.
임성준이었다.
하지만 그 눈이 — 주인이 말했던 그대로였다. 뭘 봐도 놀라지 않는 눈. 총구를 향해서도.
"왜 했어요." 수현이 말했다.
"앉으세요." 그가 말했다.
"앉지 않아요."
"알아요." 그가 미소를 지었다. 웃는 얼굴이 더 이상했다. "사진 봤죠? 형사님 사진."
"네."
"날짜도 봤죠?"
수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임성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수현이 대답한 것처럼. "형사님은 못 막아요. 막을 수 있었으면 지금 혼자 왔겠어요?"
"헛소리예요."
"그럼 왜 혼자 왔어요?"
수현은 그 물음에 답을 찾지 못했다.
임성준이 천천히 일어섰다. 수현이 한 발 뒤로 물러서며 총구를 올렸다. "움직이지 마요."
"움직이지 않을게요." 그가 두 손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 손이 — 수현은 보았다 — 아주 조금씩, 아주 천천히, 좌우로 펼쳐지고 있었다. 위협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느리게. 마치 새가 날개를 펴는 것처럼.
그리고 그 순간 수현은 깨달았다.
그는 그녀의 시선을 손으로 끌고 있었다.
그녀가 손을 보는 동안.
무언가가 뒤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제7장 — 공범
수현이 돌아서기 전에 팔이 목을 감쌌다.
가는 끈이었다. 그녀가 손을 끼워넣으려 했지만 너무 빠르게 조여들었다. 총이 바닥에 떨어졌다. 발로 차려 했지만 뒤에 있는 사람이 그녀를 들어올렸다 — 그냥 발이 바닥에서 떨어졌다.
허파가 조여들었다.
임성준은 그 과정을 바라봤다. 여전히 두 손을 편 채로. 조용한 눈으로.
수현은 손가락을 끼우는 것을 포기하고 팔꿈치로 뒤를 찔렀다. 한 번, 두 번. 세 번째에 뭔가가 풀렸다. 상대방이 신음을 낮게 내뱉었다. 틈이 생겼다. 수현이 앞으로 쏠리며 끈에서 빠져나왔다. 무릎으로 착지하며 총을 집었다.
숨을 들이켰다. 화염처럼 뜨거웠다.
돌아봤다.
뒤에 있던 사람은 여자였다.
40대, 짧은 머리, 조용한 얼굴. 한쪽 손으로 옆구리를 감싸고 있었다. 팔꿈치에 맞은 자리였다. 그녀도 수현을 바라봤다. 놀라지 않은 눈으로.
임성준이 말했다. "동생이에요."
수현이 총을 두 사람에게 번갈아 겨누었다. 계산이 빠르게 돌아갔다. 둘. 총은 하나. 문까지 거리 3미터. 계단까지 거리 5미터.
"바닥에 엎드려요. 둘 다."
임성준이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동생이 움직이지 않았다.
"엎드리라고요."
동생이 고개를 기울였다. 뭔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그리고 말했다. "형사님, 우리가 왜 그 사람들을 죽였는지 알고 싶지 않아요?"
"나중에 들을게요."
"나중은 없어요."
수현의 손이 흔들렸다. 아니, 팔이 — 아까 목이 조였을 때 뭔가가 다쳤는지, 감각이 이상했다. 왼팔. 총은 오른손이었지만 버팀 손이 말을 안 들었다.
임성준이 그것을 봤다.
그가 일어서기 시작했다.
"엎드려요!" 수현이 소리쳤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총성이 났다.
하지만 수현이 쏜 게 아니었다.
에필로그 — 이후
정민호가 문자를 받고 오는 데 걸린 시간은 11분이었다. 그가 계단을 올라오면서 총성을 들었다.
방 안에는 세 사람이 있었다.
임성준은 왼쪽 어깨에 총을 맞고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의 동생은 벽에 기대 앉아 두 손을 들고 있었다.
수현은 문 옆에 서 있었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정민호가 수현에게 다가갔다. "괜찮아?"
"네." 그녀가 말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목에 끈 자국이 붉게 패여 있었다.
심문은 사흘에 걸쳐 이루어졌다.
임성준의 동생 이름은 임수아였다. 그녀가 더 많이 말했다.
강서연은 15년 전 임씨 남매의 어머니를 요양원에서 간병하다가 방치한 적이 있었다. 어머니가 침대에서 떨어졌다. 아무도 보고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넉 달 뒤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박재민은 그 요양원의 회계를 담당하며 사건 은폐에 협조했다.
나머지 세 명의 사진 속 인물들은 당시 해당 사건을 묵살한 사람들이었다. 관리자 한 명은 이미 죽어 있었다 — 6개월 전 사고사로 처리된. 수현이 다시 열어봤다. 사고사가 아니었다.
그 사진 속 얼굴들 중 하나를 수현은 알았다.
자신의 삼촌이었다.
당시 그 요양원의 의사.
수현은 조서를 작성하면서 오래도록 멈춰 있었다.
벽에 걸린 화이트보드. 이름들. 날짜들. 연결된 선들.
강서연의 사진.
박재민의 사진.
그리고 맨 끝에 — 그녀는 새로 이름 하나를 적었다.
지웠다.
다시 적었다.
책상 위에 작은 봉투가 놓여 있었다. 주소도 발신인도 없었다. 안에는 도자기 인형이 하나 있었다.
눈이 없는 인형.
이번엔 쪽지가 없었다.
하지만 인형의 손에 — 수현이 몸을 가까이 기울여야 보일 만큼 작은 글씨로 — 뭔가가 새겨져 있었다.
아직 셋 남았다.
수현은 한동안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인형을 봉투에 다시 넣고, 봉투를 서랍에 넣고, 서랍을 잠갔다.
그녀는 코트를 입고 사무실을 나섰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