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도화선’
2008년, 6월 10일 서울, 이른바 '명박산성'으로 인해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 무대차량이 위치했으나, 시민들의 행렬은 광화문 사거리서 부터 태평로, 서울시청 광장을 지나, 삼성본관 건물과 숭례문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김대웅 정권이 정치적 이유가 가미되어 악화된 여론을 무시하고 실체가 완전히 밝혀지지 않은 광우병 인자가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여 성난 군중의 거대한 시위에 부딪힌 상황이었다.
그날 새벽이 밝자마자 서울의 한복판에는 하나의 성벽과 같은 컨테이너 방벽이 세워졌다. 무려 100만명의 군중들이 촛불을 들고 광우병 쇠고기 반대 집회를 한다는 정보에 따른 경찰청의 조치였다.
아침에 컨테이너 방벽이 서울 한복판에 세워지고, 그 높은 방벽을 목격한 서울 시민들은 저마다 분노하며 저녁이 되기도 전에 엄청난 숫자로 서울 시청 광장을 메우다 못해, 광화 문을 가득 채우고도 넘쳐났다.
집회 주최 단체가 틀어놓은 민중가요가 하늘을 울렸고, 그보다 더 큰 무려 백만에 달하는 군중의 갖가지 함성이 서울 한복판을 진동시키고 있었다.
강유신은 묵묵히 종이컵에 담긴 촛불 하나를 들고 수많은 군중의 아우성을 들으면서, 침착하게 컨테이너 방벽과 컨테이너 위의 전경들의 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강유신의 얼굴에는 진압 경찰의 카메라를 피하기 위해 길거리에서 산 가면이 씌워져 있어서 기괴하게 보였지만, 그의 침착한 모습에서는 고요함마저 엿보였다.
“밤 8시는 사람들이 가장 불타오를 시간대라고 하더군...”
문득 혼잣말을 하던 그는 손목에 채워져 있는 얇은 금장 손목시계를 들여다 보며, 시계 바늘이 8시를 향해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가면에 가려진 강유신의 기괴한 얼굴에서는 표정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희열에 부들부들 떨리는 그의 표정이 그대로 투사되는 듯 했다.
그는 검은색 배낭에서 주섬주섬 검은 비닐봉지에 싼 커다란 폭죽을 꺼내들기 시작했다. 폭죽의 사이즈는 길이는 짧았으나 굵기가 소주병과 맞먹을 정도의 엄청난 화력을 가진 주문 제작된 수제 폭죽이었다.
폭죽이 굵은 자태를 드러내는 순간, 강유신을 향해 뾰족한 여성의 목소리가 날카로운 비수처럼 쏘아졌다.
“당신은 역사의 죄인이야! 이 숭고한 촛불을 폭력으로 더럽히는 당신은 역사의 죄인이라구!!”
뾰족한 여성의 목소리가 끝나기도 전에 강유신의 허리춤에서 강철 재질의 삼단봉이 순식간에 펼쳐지며 그녀의 미간을 정확히 겨누고 있었다.
유들유들한 강유신의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차가운 검정색 삼단봉은 여전히 그녀의 미간에 겨누어져 있었다.
“이거이거, 도대체 이 많은 가면을 쓴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 나를 찾아낸 건지 모르겠구먼. 내가 당신한테 인상 깊었나보군? 지금 컨테이너 밑에서 몇 명이 대기하고 있는 줄 알아? 역사의 죄인? 비폭력 논쟁은 이미 지겨울 정도로 했다. 지금 컨테이너 밑에 천명이 넘는 결사대가 대기하고 있으니 좋은 말로 할 때 썩 꺼지시지...”
이소연이 벌레를 보는 듯한 시선으로 강유신을 노려보며 고함을 치려고 했으나, 조용히 그녀의 팔목을 불쑥 잡는 손길에 움찔하며 침묵했다. 그녀의 든든한 동료이자 대학원 동문인 이현식의 낮은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금은 저 짐승같은 놈들 숫자가 너무 많아서 위험해, 어차피 여론은 비폭력으로 갈 수 밖에 없을테니 해프닝으로 끝날 거야, 지네들이 컨테이너를 어떻게 하겠어? 그냥 지켜보자구”
이소연의 뒤에 있던 수백명 정도의 평화회 회원들은 평화회의 지도자격인 이현식의 목소리를 듣고, 분노를 삼키면서 물러서기 시작했다.
사실상 컨테이너 밑에 있는 천여명의 결사대들은 목검과 쇠파이프로 무장하고 있는 상태라
평범한 옷만 걸친 맨손의 평화회 회원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기괴한 플라스틱 가면 안에서 씨익 웃고 있던 강유신은 평화회 회원들이 들으라는 듯 결사대를 보면서 이죽거렸다.
“신경쓰지 맙시다. 어차피 지렁이보다도 못한 나약한 놈들이니.. 빙신들.. 클클클..”
유신과 똑같은 가면을 착용한 표정없는 결사대들도 나지막히 비웃었다.
“클클클..”
다시 얇은 금장 손목 시계를 보고 있던 강유신은 시계 바늘이 정확히 8시를 가리키자 들고 있던 촛불로 굵은 수제 폭죽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폭죽의 머리 방향을 컨테이너 위쪽에 정확히 겨누었다.
“촛불이란 것은, 훌륭한 도화선이지..”
“콰아앙”
순간적으로 귀가 멍멍해지는 폭음과 함께 컨테이너 위쪽으로 커다란 불꽃 기둥이 화려하제 튀어나갔다.
동시에 불꽃 기둥을 신호로 천명에 달하는 결사대의 우레같은 함성소리와 함께 결사대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러분 훈련한 대로만 하면 순식간입니다!!”
강유신의 외침과 함께 천여명에 달하는 결사대들은 깔고 앉아있던 미리 조립해둔 알루미늄 사다리 수십개를 순식간에 컨테이너 위로 걸쳤다.
흡사 중세 시대의 공성전을 방불케 하는 움직임으로 컨테이너 위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수백명의 결사대들은 컨테이너 위를 순식간에 점령한 후, 컨테이너 밑의 사람들이 던져준 수많은 밧줄들을 컨테이너 건너편으로 넘겼다. 그리고, 밑의 결사대와 군중들이 단단하게 잡아주는 밧줄을 잡고 수백명이 한순간에 밧줄에 의지하여 수많은 원숭이들의 무리처럼 건너편 경찰의 진영쪽으로 내려갔다.
단 한번 모여서 훈련해보았을 뿐이지만, 목숨을 건 이들의 동작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고, 전경들이 대열을 정비하고 빠르게 모여들었으나, 이미 백 여명 이상이, 컨테이너 건너편에 무사히 밧줄을 타고 착지하여, 소지한 쇠파이프와 목검을 필사적으로 휘둘러서 컨테이너 바로 밑 공간을 확보해내고 있었다.
“자자, 빨리!! 지금 동료들이 건너편에서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습니다!!”
강유신의 필사적인 지휘와 함께, 컨테이너 위의 이백 여명의 사람들이 멀쩡한 직장을 가진 일반인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의 한덩어리같은 정신력과 움직임으로 밑에서 다시 공급되어 지는 수십개의 알루미늄 사다리를 건너편의 경찰 진영쪽으로 처절하게 내려놓고 있었다.
가히 대한민국의 징병제를 거친 예비군과 민방위가, 한창 때의 군시절로 되돌아간 듯 청년과 40대 중반의 배 나온 아저씨가 하나가 되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수많은 전경들을 상대로 피를 튀기면서 쇠파이프를 휘두르면서 사다리를 내려놓을 공간을 지켜내던 결사대들은 사다리를 타고 속속 합류하는 동료들의 가세에 점점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기괴한 가면을 맞추어 쓴 악귀같은 모습의 결사대들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고 쇠파이프를 휘둘러서 전경들을 주눅들게 하고 있었다. 경찰 간부인 지휘관이 목청껏 전경들을 독려했으나 직업도 아닌 의무복무중인 전경들이 목숨을 내놓고, 악귀같은 모습의 결사대 앞으로 순순히 나갈 리가 없었다.
더구나 컨테이너 위의 결사대들은 밑으로 새총을 이용해서 전경 바로 앞에 위협적인 유리구슬을 날려대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수천명의 사람들의 성금으로 미리 구입해두었던 알루미늄 사다리는 점점 수십개를 넘어선 수백개가 컨테이너 앞으로 운반되어져 왔고, 또한 건너편으로 안전하게 내려지고 있었다.
컨테이너 앞을 수백개의 알루미늄 사다리가 번쩍번쩍 빛나면서 빽빽하게 세워지자, 컨테이너 방벽의 중앙에 올라선 강유신은 서둘러 고성능 확성기를 꺼내들었다.
“대원들!! 마이크 준비하십시요!!!”
수백명의 결사대들은 등에 �어진 배낭에서, 동시에 확성기를 꺼내들었다. 강유신이 고성능 확성기로 한마디를 하면, 수백명의 결사대들의 확성기가 동시에 강유신의 말을 백만명의 군중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결사대들의 확성기가 컨테이너 방벽에서 결사대들의 혈투를 넋을 잃고 구경하던 백만명의
군중들에게 향해졌다. 그리고 여전히 컨테이너 건너편에서 결사대들이 혈투를 벌이는 그 순간 강유신은 비장한 모습으로 피를 토하듯 군중들을 향해서 또박또박 연설하기 시작했다.
“여러분!! 바로 건너편 컨테이너 밑에는 여러분들과 똑같은 일반 시민들, 청년과 40대 아저씨들이 우리가 이 컨테이너 성벽을 넘을 수 있도록, 피를 흘리면서 싸우고 있습니다.
지금 이순간도 싸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청와대로 가서 듣지 않는 대통령에게 국민의 의사를 똑똑하게 보여주고 싶을 뿐입니다!! 이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국민의 권리입니다!!
이 컨테이너를 넘지 못하는 것은, 곧 국가의 주인임을 포기하고 굴복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바로 여러분 자신입니다!! 모든 법 중에서 가장 높은 법은 그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백만명의 시민을 짐승처럼 차단하는 야만적인 컨테이너 조차 넘을 수 없다면, 컨테이너로 막힌 우리를 넘을 수 없는 가축에 불과하다면 대한민국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를 넘을 수 없는 가축인 자는 컨테이너를 넘지 마십시요. 울타리에 갖혀서 계십시요.
그러나!! 그러나, 진정 당신이 올바르고 떳떳한 권리를 행사하고 싶다면, 이 야만적인 컨테이너를 넘으십시요!!!
저와 천명의 결사대가 앞장 서겠습니다!! 여러분들은 비폭력을 하시든 폭력을 하시든 가축이 아니라면 청와대로 가서, 듣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귀에 대고 직접 크게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외쳐주십시요!!! 폭력으로 욕먹을 일이 있다면 저와 천명의 결사대원들이 모두 앞장서서 욕먹겠습니다!!!“
강유신의 피를 머금은 듯한 말은 수백개의 확성기로 하나가 되어 거대한 목소리로 백만명의 군중들의 흥분된 가슴을 흔들어놓았다. 이미 군중들이 눈으로 똑똑히 목도한 천명의 결사대의 목숨을 건 숭고한 행동 앞에 더욱 설득력을 가지는 연설 앞에서 우선 비교적 행동하고자 하는 행동파 군중들이 너도나도 수백개의 사다리에 오르기 시작했다.
수백개의 사다리가 빽빽하게 수천명의 사람들로 메워지면서, 커다란 무리가 컨테이너 너머로 이동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던, 비폭력을 외치면서 뒤에서 머무르던 군중들도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엄청난 사태에 급기야, 김대웅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방송을 뉴스에 잠깐 끼워넣는 정도로 최대한 축소하고 자제하던 방송국과 언론사들은 너무나도 카메라를 사람들이 개미같이 매달려서 올라가고 있는 컨테이너 방벽으로 집중했다.
아무리 정권의 눈치를 보더라도, 이런 서울 한복판의 폭발력 있는 사건을 보도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런 폭발적인 사태가 보도되지 않는다면 전국민이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 뻔한 이치였다.
기자들은 긴급 속보로 전국 채널에 컨테이너 산성이 무너졌으며, 성난 군중들이 청와대로 몰려가고 있다는 급보를 타전했다.
“지금 촛불 집회자들이 컨테이너 산성에 무수히 많은 사다리를 걸치고 넘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는 급보입니다!”
곧이어 주요 방송국들은 초유의 대형 사태 앞에서 예정되어 있던 드라마 등을 중단하고 실시간으로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아나운서들의 긴급 생중계도 이어졌다.
“예상 밖으로 컨테이너 방벽이 무너지는 바람에, 청와대에서 어떻게 나올지 촉각을 세우고 있습니다.”
“네네, 현장의 김기자에 따르면, 가히 건국 이래 최대의 인파가 청와대로 물밀듯이 몰려가고 있다고 합니다. 백만명에 달하는 군중을 막을 경찰 병력이 없어 청와대에서 군대를 동원하는 방안을 긴급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놀란 아나운서가 상대편 아나운서를 보면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군대를 동원한다는 말씀인가요? 그렇게 되면 사회 정서적으로 김대웅 정권에 대해서 반발감이 극심해질텐데요?”
“네, 평론가 및 전문가들은 군대가 동원된다면 한국의 정서상 그 자체로만으로 김대웅 정권의 붕괴를 의미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또한 과연 군장병들이 진압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지 의문인게 사실입니다”
청와대로 가는 길을 빼곡히 메우고도 넘쳐나는 성난 군중의 아우성 속에서 선두에 선 천명의 결사대들은 처절하게 전경들과 싸우면서 길을 열어나가고 있었다.
전방에 쇠파이프를 배치하고 후방에 새총을 배치한 천명의 결사대의 위력은 엄청났다.
“최루탄이다!! 진짜 최루탄을 쏜다!!”
예고없이 등장한 최루탄 세례에 군중들은 동요하고 매스컴은 긴급 보도를 했다. 살수차를 탈취당하고 전경 병력마저 천명의 결사적인 저항에 뚫리자, 경찰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김대웅의 승인하에 드디어 오래동안 정비만 하고 있던 최루탄 발사 차량까지 동원한 최루탄 세례가 시작되었다. 거기에 더해서, 소방헬기에 최루액을 탑재하여 살포하는 방식까지 동원되었다. 김대웅 정권은 군병력 투입은 곧 정권의 종말을 의미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군부대의 투입이 쉽지 않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고, 천명의 결사대의 목숨을 건 물리적 항쟁 앞에 최후의 경찰 저지선을 돌파당한 후라, 대대적인 최루액과 최루탄을 우박처럼 수십만의 군중들에게 퍼부어대었다. 이미 시위대들의 절반이 여성과 노약자라는 사실은 정권의 유지라는 목표 아래 철저하게 무시되었다. 최루액의 농도는 피부에 수포 화상을 입힐 정도로 강력했다.
군중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동요하고 이리저리 흩어졌다. 천명의 결사대 또한 흩어지고 도망치는 군중들을 보면서 동요하고 있었다. 강유신 역시 그렇게 신속하게 최루탄과 최루액이 대대적인 장비를 동원하여 살포될 줄은 미처 예측하지 못했다. 군중들이 흩어지고 있었다. 위기였다.
다급해진 강유신의 확성기 소리가 울부짖듯이 퍼져나갔다.
“대원들 최루탄 대비 방어하십시요!!! 최루탄 대비 방어하십시요!!!”
이어 강유신의 긴급한 확성기 소리에 화답하여 확성기를 배낭에서 꺼내든 결사대원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대원들 최루탄 대비 방어하십시요!!”
예상 밖의 대대적인 최루탄 살포와 최루액 살포 헬기 신속 투입은 총기 발포 이전에 조치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였지만, 2008년의 한국인들에게는 80년대와는 달리 주변에서 언제 어디서든지 방독면과 방진 마스크를 구할 수 있었다.
쉽게 약국에서조차 구할 수 있는 몇 만원 미만의 방진 마스크 등은 수십만명의 시위대 대열의 선두에서 계속 길을 열고 있던 결사대들의 등에 짊어진 배낭에서 꺼내어진 후 너무나 손쉽고 간단하게 착용되었다.
피부를 따끔거리게조차할 정도로 강력한 최루액은 결사대가 선도하는 가운데, 시위대들의 맹렬한 분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고 말았다.
헬기에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타겟으로 삼아 최루액을 퍼부은 결과 천명의 결사대들이 만명의 결사대가 되고, 만명의 결사대들이 십만명의 결사대가 되고 말았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공중에서 퍼부어대는 최루액에 직격된 성난 시위대들은 현장에서 결사대가 되어 어디선가 공수되어진 쇠파이프와 횃불을 만들고 돌격했다.
들것이 없으면, 주위의 짱돌이라도 손에 들고 미친듯이 던져대었다. 더 이상, 시위대들이 조마조마하면서 따르던 강유신도 천명의 결사대도 현장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죽도록 고생하며 월급받은 돈을 세금으로 납부하고 군복무까지 마친 국민에게 김대웅 정권이 하는 격에 맞는 대접에 극도로 분노할대로 분노한 시위대들의 울부짖음이 난무할 뿐이었다.
“아아아악 차라리 죽을란다!!”
이러한 아비규환 속에서 결사적으로 강제진압을 시도하던 전경부대를 물리적으로 차단한 천명의 결사대가 방벽이 되어 준 덕분에,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여성과 노약자가 태반인 군중 속에서 가냘픈 여중생들과 노약자들이 대형 헬기에서 살포된 최루액과 최루탄 연기 속에 뒤덮히고 비명을 지르는 처참한 광경은 여과없이 생중계로 전국의 모든 방송망에 실시간 방송되었다. 촛불이 도화선이 된 백만명의 청와대 진격은 대한민국 역사상 초유의 거대한 사건이었고, 역사적으로 80년대 이후 대대적으로 최루탄이 다시 사용된 대형 사건이었다. 헬기에서 마구 뿌려지는 최루액과 무려 수십만명에 달하는 일반 시민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장면이 여과없이 고스란히 그대로 현장 생중계되고 있었다.
전국민은 하던 일을 멈춘 채, 생중계로 울려퍼지는 수십만명의 비명과 울부짖음을 넋을 잃은 듯 지켜보았고, 기차역에서 기차표를 끊고 기다리던 사람들은 기차가 출발한다는 방송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커다란 TV 방송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후일담이지만, 무심코 튼 TV에서 비명소리와 아비규환의 지옥같은 모습을 본 일반 시청자들은 ‘처음에 외국에서 내전이 일어난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한국 서울 한복판이고, 여자들과 일반 시민들이 최루탄 같은 것을 공중에서 마구 맞고 있더라. 그 이후로 TV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고, 잠시후 손에 잡히는 대로 야구 배트를 집어들고 집을 나서서 시위 현장으로 가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라는 글들을 방송국 홈페이지에 올렸다.
2화 ‘폭력과 비폭력, 현실과 이상사이에서
'인생살이 시대극 > 경제+정치+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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