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할배 루게릭병에 걸린 겨? [11]
혹시……. 할배 루게릭병에 걸린 겨?
할배가 체구는 크지 않아도, 근육은 많지 않아도 팔씨름은 엄청 쎄거든.
젊었을 때, 130kg 나가는 씨름선수 출신 친구 넘이 있었는디
그넘한테 씨름은 져도 팔씨름만큼은 이겼었어.
근디 한 10년쯤 전에 오른 팔목을 삐끗했는디…….
되게 아프더구만.
그래도 병원엔 가지 않았어.
할배는 자연치유능력을 믿거든.
근데 그게 얼마 전까지도 오른 팔은
힘을 쓰지 못할 정도로 고질병이 되어 버렸어.
뼈가 부러진 건지, 힘줄이 아예 끊어진 건지,
된장…….
근디 며칠 전 할배가 리어카로 달려드는 벤츠를 피하려다가
오른쪽 발목을 삐끗했지 뭐야.
더럽게 아프더구만.
발목뼈가 부러졌다고 생각했을 정도였으니께.
근디 신기하게도 다음날 눈을 떴을 때는 멀쩡하더구만.
전날 있었던 일이 꿈이었나 싶을 정도로 말이여.
근디…….
이틀만에 또 다시 오른쪽 발목을 다치고 말았어.
계단을 내려오다가 완전히 접질러 버렸어.
이번에는 정말로 완전히 부러졌다 싶었어.
할배는 원래 고통에 익숙한 사람이라서
엔간해서는 비명 대신 웃음을 짓고 마는 사람인디
두 번째 발목을 다쳤을 때는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괴성이 터져 나오고 말았지.
할배 시야 안의 모든 이목이
이 할배에게 집중되었을 정도로 말이여.
아마도 5분 정도는 꼼짝도 할 수 없었어.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내 머리털 나고
그토록 극심한 고통에 허우적댔던 적도 없었을 겨.
‘쥐미럴……. 필시 발목뼈 나갔겄구나…….
우짠댜? 상해 보험 하나 들어 놓을 걸, 된장……”
10년 전 팔목 삐었을 때에 비하면 그 강도가 10배 이상…….
‘발목은 앞으로 거의 못쓰겄구나…….
평생 절름발이로 살아야겄구나…….
어쩐다?
파지 줍는 일, 계속 할 수 있을까……?
앞으로는 어떻게 먹고 살아야 될 끄나……’
근디…….
다음 날 쬐메 아프더니 이틀째 되는 날, 말끔히 나아 버렸어.
걷는 데도 거의 지장 없을만큼…….
할배 몸은 할배가 제일 잘 알잖여?
그만큼 심하게 접질러졌으면 아무리 못 가도 한 달은 개고생해야 쓰는 건디
이틀만에 깨끗하게 나아 버렸단 말이여.
이게 뭔 조화지?
근디 의문은 그 뿐만이 아니여.
어제는 담배를 피다가 불똥을 떨어뜨렸어.
근디 할배는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지 뭐야.
어디선가 자꾸 타는 냄새가 나길래
“뭐여? 어디 불이라도 났나?” 했어.
컹…….
1분쯤 지난 후에야 화재의 진원지를 찾아냈어.
할배 왼쪽 허벅다리 위에서 연기와 함께 시뻘건 화염이 보이더군.
두툼한 겨울 청바지가 500원짜리 동전만한 구멍이 뚫려 있었어.
근디 그 때까지도 전혀 화기를 느끼지 못했단 말이여.
잠시 멍하더구만.
내가 왜 이렇지……?
왜 최근 들어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거지?
신경계가 맛이 갔나……?
혹시……
할배 루게릭병에 걸린 거 아녀?
그게 아니라면 사람이 최면에 걸리지 않은 이상
고통을 느끼지 않을 리가 있남?
게다가 요즘 들어 기억력도 흐리멍텅해.
원래 건망증이 심하긴 했지만
요즘 들어 깜박깜박하는 정도가 부쩍 심해졌어.
베라머글…….
루게릭 걸리면 월메 못 사는디…….
아직 해야 할 일이 조금 남았는디…….
벌써 가믄 안 되는디…….
혹시나 해당 분야 의사선상 있으면 조언 좀 해 주드라고.
만약에 루게릭이라면……
할배……. 월메나 살 수 있는 겨?
6개월? 1년?
그러면 또 일 접고 글 쓰는 데에만 전념해야겄네?
우짜꼬…….
이제 쌈짓돈도 다 떨어졌는디…….
우째야 쓰까이…….
파지 줍는 할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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