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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볼-[전원필독] 라브로프는 왜 발끈했을까? (정말 좋은글)

출처: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115&articl

[전원필독] 라브로프는 왜 발끈했을까? (정말 좋은글) [56]
  • 아이볼 아이볼님프로필이미지
    • 번호 632369 | 2009.04.28 IP 24.9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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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브로프는 왜 발끈했을까?
    (서프라이즈 / 개곰 / 2009-04-27)



    사토 마사루는 특이한 경력을 가진 전직 일본 외교관이다. 정통 관료 코스를 밟지 않고 신학대학원을 나와서 외교관이 되었다. 특이한 경력만큼 현상을 색다르게 파고드는 빼어난 정보 분석력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마사루는 철저한 우익이지만 러시아와의 북방 영토 반환 협상 과정에서 일본의 강경 우익 눈밖에 나는 바람에 매장당했다. 북방 4개 섬 반환 협상을 러시아와 하면서 마사루가 영토를 안 돌려줘도 좋으니 그 섬들이 일본 땅이라는 사실만 인정해달라는 제안을 러시아에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본 우익이 발끈한 것이다.

    결국 마사루는 배임이라는 터무니없는 누명을 쓰고 2년 가까이 철창 신세를 졌다. 하지만 옥중에서 책을 써서 상황을 뒤집었다. 자신이야말로 허울좋은 강경책이 아니라 유연한 전략으로 실속을 챙기는 애국자라는 이미지를 일본의 우익 사이에 퍼뜨린 것이다.

    마사루의 대표작은 <<국가의 자박>>이라는 책이다. 자박은 자승자박이라는 뜻이다. 러시아에서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겪은 숨은 비화를 대담 형식으로 털어놓았다. 마사루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러시아 외교관들의 경계심을 허물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들의 내심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마사루가 전하는 러시아 외교관들의 특성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대목은 소련 공산당이 제일 경멸했던 집단은 체제가 다른 미국도 아니고 일본도 아니고 동유럽 공산주의 지도자들이었다는 것이다.

    정작 소련은 철저하게 일국 사회주의의 길을 걸어가는데 꼭두각시들이 더 철저하게 마치 보편 공산주의가 현실로 존재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을 보면서 한심하게 여겼다는 뒷이야기를 마사루는 함께 술을 마시던 러시아 외교관들한테 들었다. 사토 마사루가 워낙 우익이다 보니까 자기자랑을 한 것이었다는 점을 감안해야겠지만, 러시아 외교관은 기본적으로 애국심과 주관이 없는 외국 외교관을 경멸했다고 한다.

    일본의 우익 마사루는 이런 일화도 들려준다. 한번은 고르바초프가 김일성한테 에너지난으로 힘들텐데 전기를 보내주겠다는 제안을 했는데 김일성이 거절했다고 한다. 그냥 힘들면 힘든 대로 자체적으로 꾸려나가겠다고. 그런데 나중에 동유럽이 무너지면서 호네커가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김일성한테 북한 망명 의사를 밝혔다. 김일성은 흔쾌히 수락하고 모스크바로 비행기까지 보냈지만 러시아의 방해로 호네커는 뜻을 못 이루었다. 김일성은 호네커에게 연민을 느끼면서도 그것은 호네커의 자업자득이라고 자서전에서 말했다고 사토 마사루는 전한다. 소련 공산당 지도부에게 호네커는 꼭두각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아울러 마사루는 일본의 북한 전문 외교관 중에서도 자기처럼 김일성 자서전을 꼼꼼히 읽은 사람은 드물 것이라면서 지피지기라야 백전백승이라는 자화자찬도 빼놓지 않는다.

    수포로 돌아간 유명환의 물귀신작전

    최근 한국의 유명환 외무장관이 러시아 라브로프 외무장관한테 공개석상에서 면박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회담을 마치고 유장관이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와 관련하여 유엔 안보리 결의와 의장성명 이행 과정에서 러시아와 협조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하자 라브로프 장관은 곧바로 대북 제재는 비건설적이라고 쏘아붙였다. 한국의 언론들은 러시아 장관이 마치 심각한 외교적 결례를 저지른 것처럼 떠들어대지만 외교적 결례를 저지른 것은 라브로프가 아니라 유 장관이다. 유 장관은 뻔히 러시아가 대북 제재에 반대하는 입장이라는 걸 알면서도 기자회견장에서 교묘한 말장난으로 마치 러시아가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것처럼 물귀신작전을 쓰려다가 러시아의 반발로 물거품이 되었다.

    금세 들통날 거짓말을 뻔뻔스럽게 하는 버릇은 바로 윗사람한테 배운 것이다. 이명박이 작년 청와대에서 부시와 공동기자회견을 하면서 "아프가니스탄 문제는 논의한 바 없었다는 것을 우선 말씀드립니다"라고 하니까 부시는 이명박을 쳐다보면서 "논의했습니다"라고 바로잡았다. 그러자 이명박은 "허허허" 웃었고 이명박과 자주 뒹굴던 한국 기자들도 허허허 웃었다. 그리고는 끝이었다.

    한국의 이명박은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하자 북한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며 적국의 화물선을 임의로 공해상에서 수색하는 PSI에 한국이 당장 참여하겠다고 핵확산 능력을 가진 북한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미국의 속사정도 모르고 날뛰다가 미국한테 무슨 쫑코를 들었는지 금세 꼬랑지를 내렸지만 러시아는 북한을 그렇게 만만하게 보는 나라가 아니다. 자기 나라가 강대국이라는 자긍심은 있지만 북한을 함부로 대하지는 못한다. 라브로프는 평양에서 북한 외교관들과 만나고 오는 길이었다. 거기서 북한의 입장을 전해 들은 마당에 마치 러시아가 대북 제재에 동참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면 북한이 가만 있겠는가. 러시아 외무장관은 공개석상에서 적극적으로 반박을 해야만 북한이 납득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의 눈치를 살핀다.

    미국 대통령도 미국 외교관도 다 기본적으로는 자기 나라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일본도 미국의 졸개라는 비아냥을 듣지만 일본 지도자도 일본 외교관도 기본적으로는 자기 나라 우선이다. 지금은 미국한테 살랑거리지만 일본은 두 세대 전만 하더라도 미국과 영국을 귀축미영이라고 부르면서 사생결단을 벌인 나라다. 그러니 아무리 일본 지도자와 외교관이 앞에서 살랑거려도 미국은 일본을 만만하게 볼 수가 없다.

    국익을 먼저 생각하는 게 외교관인데, 이 나라 외교관들은...

    한국은 어떤가. 쿠데타로 집권한 장성 출신 대통령이 중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안 하겠다고 미국한테 넙죽 엎드린 나라다. 노무현 대통령이 군 작전권 반환 협상에 나서니까 전직 국방장관이라는 인간들이 벌떼처럼 일어나서 반대를 한 나라다. 그리고 제 나라 군대 작전권을 찾아오려는 대통령한테 뭇매를 가한 조중동 같은 신문이 정론지를 자처하는 나라다. 도대체 전쟁이 나도 자국 군인에게 지휘권 하나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는 군대를 수십년 동안 방치해온 장군들을 "무인"이라고 부를 수가 있을까. 그들에게는 "똥별"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린다. 전시 작전권 환수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애걸하는 한국의 전직 국방부 장관들과 현직 한나라당 의원들을 보면서 미국의 대통령과 장성들이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마 러시아 외교관들이 동유럽 지도자들을 경멸한 것보다 더한 경멸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결코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철저하게 강자에게만 빌붙어 살겠다는 노예 근성을 가진 무리를 최소한의 자기존엄성을 가진 인간이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그런 무리는 일제 때는 골수 친일파에서 해방 이후에는 골수 친미파로, 그리고 중국이 세계를 호령하는 날에는 골수 친중파로 변신하리라는 것이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노예를 신뢰하는 주인은 없다.

    지나간 일이지만, 남북정상회담은 노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북한에서 먼저 요구했다고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한 적이 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기본적으로 북미 관계가 풀리지 않으면 남북 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냉정한 상황 인식으로 먼저 미국과의 관계를 풀라고 북한에 권유했다. 아울러 미국에게도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 길이라는 설득을 계속했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그런 일관된 메시지가 북한과 미국을 움직여서 결국 개성공단으로 관철된 것이다. 개성 공단을 중심으로 남북한 경제가 공생하고 중국의 무서운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단계적으로 큰 시장을 가진 지역과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안정된 발전 기반을 마련한다는 것이 참여정부의 구상이었다. 철저한 균형 외교로 한국의 국익을 극대화한다는 것이 참여정부의 전략이었다.

    타국 앞에선 노예처럼 구는 무리가 안에서는 주인 노릇 하는 나라

    그런데 이명박정부의 친미 친일 일변도 외교와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졸속 외교로 주변 국가들한테 망신은 망신대로 당하고 실속도 못 챙기는 깍두기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명박정부는 러시아, 중국한테서만 경멸받는 것이 아니다. 미국, 일본한테도 사실은 경멸을 받는다. 미국과 일본은 적어도 타국의 자국 지배를 찬양하는 세력이 우익 노릇을 하는 나라는 아니기 때문이다. 우익이라고 다 같은 우익이 아니다. 한국의 우익은 자국이 아니라 타국을 섬기는 돌연변이 우익이다. 그래서 "뉴라이트"다.

    라브로프가 발끈한 것은 미국의 노예면서, 주인으로 살아가는 러시아와 북한 사이를 이간질시키려는 한국이 괘씸했기 때문이었다. 주제 파악도 못하고 주인들 하는 일에 끼어드는 노예에게 따끔하게 한마디한 것이다.

    한국은 타국 앞에서 노예처럼 구는 무리가 안에서는 주인 노릇을 하는 나라다. 그리고 타국 앞에서 주인 노릇을 하려던 지도자를 자기들의 노예로 짓밟으려고 한다. 거기에 앞장서는 것이 조중동이다. 노예 양성소 조중동을 박살내야 한다. 노예가 주인으로 군림하는 한 유명환의 굴욕은 되풀이된다.







    ⓒ 개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