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34]
6하원칙이란게 있지요?
1.누가 2.언제 3.어디서 4.무엇을 5.어떻게 6.왜
이렇게 6개인데요.. 저는 대개 6번 왜? 에서 꼭 막히곤 합니다.
요너므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궁해지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허무해집니다.
세상에 허무한 일이 어디 이것 하나 뿐 이겠습니까?
곰곰히 따져보면 허무한 일들은 쎄고도 셌습니다.
제가 요즘 느끼는 허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글쓰기의 허무
제가 워낙 글쓰기를 즐기는 편인지라 참 많이도 써댑니다.
아고라에 쓰는 글 말고도 일기, 독후감, 사업계획서 等等.
이상 각종 형태의 글쓰기로 남기고 싶은 것들을 부여잡아 보지만...
과연 글쓰기로서 남겨놓은 것들이 제가 애초에
남기고 싶었던 것들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글쓰기로서 순간적으로 머리속에 스쳐가는
사고의 편린들을 과연 얼마나 주어 담을 수 있을까요?
말로서도 제대로 표현해 내지 못하는 뤼앙스와 감정들을
어떻게 글이라는 부족한 메모리에 담아 낼 수 있겠냐고요?
가끔씩 지난 날 남겼던 글들을 거슬러 읽다보면..
왠지 공허해지고 허무해집니다.
2. 말하기의 허무
참 말들이 많지요. 비방, 격려, 푸념, 독백, 주장등등
침튀길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근데 할 말 다 하고나도 왠지 못다한 말이 있는 건...
다 싸내지 못한 똥처럼 내장에서 꿈틀 꿈틀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영겁처럼 얽히고 섥힌 가슴속의 스토리를
말따위의 수단으로 옮겨내기가 어디 쉽겠었요?
해도 해도 끝이 없고.. 끝내고 나도 허무한게 말입니다.
3. 배움의 허무
배움은 끝이 없다고 하지요. 채우고 또 채워도
점점 비워지는 것만 같고 알면 알 수록 더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나이가 들면 들 수록 아는 건
더 많아진 것 같은데, 모르는 건 그 배이상은 더 많아집니다.
또 많이 알면 뭐합니까? 괞히 아는게 많아서 먹고싶은 것만
많아지는 건 아닌지... 모르는게 약이란게 어쩌면 딱 정답은 아닐런지...
엄청시리 헷갈릴 때면 배움마저 허무해집니다.
와~~ 이런 식으로 나가다가는
삶 자체가 허무하다는 생각에 까지 이르고 말겠네요.
왜 사냐?라고 물었을때... "응. 난 이러 이러해서 살아!!"라고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많을까요?
설령 그렇게 강력하게 말하더라도 왠지 마음속 한켠은
뭔가 모를 허무함이 베겨나지 않습니까?
절대자가 아닌 이상 그 무엇이든
만물의 영장인 인간 조차 존재의 가벼움을
벗어나기란 힘듭니다. 그러니 죽음이라는 한계상황앞에서
그 모든게 허무해 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절대자인 신에게 귀의함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영원성을
확인받으려는 종교를 믿는 사람도 있게되고...
무신론자라도 뭔가 의미를 찾으려고 나름의 노력을 다 합니다.
근데요... 솔직히 말해서, 저는 "그냥."이라는 답변으로
심플하게 넘어갈 수 있는 여유와 공백이 우리에게
더 절실 한 건 아닌지 가끔씩 상념에 젖곤 합니다.
왜? 성공할려고 노력해야하는 거지?
그냥.
왜? 돈을 벌려고 그렇게 아둥바둥대는거지?
그냥.
왜? 사는거지?
그냥.
꼭 이유가 있어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쩌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우리의 믿음과는 달리 이유없는 무덤이 세상엔 너무나 많습니다.
어머니가 금쪽같은 내자식하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합니까?
꼭 사는데 이유가 있어야만 살아지는 겁니까?
"그냥."이라고 대답하면서 여유와 공백을 가져보는 것이
덜 힘들다면 우리 그렇게 하자고요.
글쓰기요? 말하기요? 배우기요?
앞서말했듯이 일면적으로는 허무하고 공허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러나 "그냥."이라는 말을 그앞에다 갖다 붙이면
왠지모르게 저절로 여유와 공백이 생깁니다.
그냥 글쓰기. 그냥 말하기. 그냥 배우기 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왜?"라는 질문으로 부터 좀 더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글쓰고, 그냥 말하고, 그냥 배우는 겁니다.
글쓰고 말하고 배우는데 꼭 이유가 있어야 합니까?
왜?라는 질문에는 이 다음에 기분내킬 때 대답하자고요.
감사합니다.
p.s : 오랜만에 찾아 온 친구한테 무슨 일이냐?고 물어 봤을 때,
찾아 온 목적을 얘기하는 친구가 좋습니까?
아니면 그냥. 이라고 대답하는 친구가 좋습니까?
저는 그냥. 이라고 대답하는 친구가 좋던데.
꼭 목적이 있어야 친구를 찾아가는 건 아니니까요.^^
진정한 친구는 '그냥'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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