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나무 아래서 [5]
높은 가지 비집고 비추이는 햇살이
사시나무의 울음을 운다
안개 속에도 울지 않고 폭풍우에도 지치지 않던 햇살이
흙에 앉아서야 사시나무의 울음을 운다
먼 세상을 돌아
둥지를 튼 철새는 그 울음을 되새김질하고
한세상 꾸었던 꿈을 안고
이미 부토가 되어가는 잎새는
겨드랑이 아래에 씨앗을 둔다
먹구름 속 뇌성처럼, 혹은 광풍처럼
그렇게도 지칠줄 모르고 싸워야했던
저 높은 곳에서는 보지 못했느니
오히려 그늘 속에서 이것이 축복이라 여기며
만나지도 못했느니, 이 반가운 햇살
그 햇살이 사시나무 울음을 운다
사시나무 아래 습한 대지를 적시는 햇살의 울음은
실인즉슨 웃음일지도 모른다
대지에 누운 저 잎새들의 웃음일지도 모른다
제 자리를 찾은 안도의 웃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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