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맛골 가는 길에 돼지비둘기를 만나다 [3]
하늘은 어둡고 바람은 스산하다
아무것도얻지 못한 하루를 쓸어간다
오랜 친구의 부름은 술이나 한 잔 하자는 거였다
그래도 오늘 하루를 사는구나
친구의 부름으로 하루를 사는구나
아내에게는 긴요한 약속이라 하였다
인현동에서 길을 잡는다. 아니다 잡을 것도 없다
뻔한 길이니 그저 앞으로 가면 될 것이었다
'그래 흐르는 돈이나 보자' 하며 청계천을 거슬러 오르기로 하였다
수표교 자리에서는 청계천으로 내려서는 길이 없다
그래 위에서 보는 것도 괜찮을 거야
을씨년스런 하늘빛도 눈에 벅차서 흐르는 청계천 돈물을 보며 걷는다
부는듯 마는듯 봄내음이 슬쩍 얹힌 바람도 가슴을 알싸하게 한다
광교를 넘는데 다리를 절며 가는 검은 비둘기 한 마리 앞장을 선다
그 오랜 세월 광택과 윤기로 파란 하늘을 제쳤을 비둘기,
앞장 선 저놈은 모습으로 보아 비둘기가 아니다
문명의 이기로 게을러진 깃은 꺾이어 보도블럭을 긁는다
다리는 절고 깃은 부러지고 몸둥이는 살찐 돼지와 같으니
그렇구나 네 과거의 영화와 살찐 모습보다 앞서 시선에 갇힌 네 모습
꺾이어 절름거리는 내 영혼이었구나
내 꺾이운 시의 열정과 삶의 붓과 거칠어진 옷자락
나는 절며 가는 살찐 비둘기였구나
나는 흔들리며 가는 돼지비둘기였구나
하늘은 어둡고 바람은 스산한데
내 발은 허우적허우적 광교를 넘는다.
*출근하여 한 일은 없고 주머니는 비었는데
번개팅을 하자 하여 피맛골로 향했다
그 가는 길에 만난 비둘기의 참담한 모습을 보며
내 모습을 보았다
아픈 다리를 절며 가는 저 비둘기가 날 수 있을까
나 자신에게 되물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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